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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하는 힘을 키우는 중입니다(책리뷰)

<소설 페인트> 이희영, 창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 삶을 내 손에 꽉쥐고 휘둘리지 말기

by rallalawoman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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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리커버:K)
페인트, 이희영, 창비
부모면접을 시작합니다


소설 속 페인트의 의미는 부모면접을 의미한다.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아도 키우지 않으려는 사회에서 정부는 NC라는 기관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기르고, 그 속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입양하도록 독려한다.
부모면접을 지원하는 사람들 중 아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아이를 입양할 경우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노리며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들은 페인트를 통해 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만 19세가 되면 아이들은 nc에서 나와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NC(Nation's Children 국가의 아이들) 출신에 대한 편견으로 이곳에서 입양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한 이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20세가 되기 전 입양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주인공 제누 301은 1월에 태어났다고 해서 제누 301은 센터에 들어온 순서이다.

17살인 제누는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성숙하고 진중한 아이다. 제누는 NC출신의 낙인이 찍히느냐 입양을 통해 출신에서 해방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센터의 어른들은 제누의 입양이 제누를 위한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제누는 훨씬 더 의젓하고 큰 그림을 그린다.
사회에 nc출신의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nc 출신뿐이라는 것. 그래서 제누는 nc출신으로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강하고 지혜로운 소년이다.

“nc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nc출신들 밖에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nc출신들은 늘어 가는데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NC 출신들은 드물었다. 신분이 바뀌었으니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를 비난할 수도 없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놔두고 좁고 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찾는 사람이 늘면 언젠가는 좁고 험한 길도 넓고 평평해질 것이다. 시작은 돌멩이 하나를 치우는 일일 것이다. 벌써 누군가는 돌멩이를 멀리 풀숲으로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뒤에 오는 사람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197p



이 소설은 NC센터의 보호자들과 그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입양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일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가?
반대로 부모인 나는 선택받을 수 있는 부모일까?

세상의 편견과 맞서는 용기가 나에게 있는가?
나는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것인가? 환경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가?

이토록 많은 질문들이 이 소설에 가득하다.

“세상에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93p

육아서를 전혀 읽지 않은 부모보다 한 권이라도 읽은 부모가 더 낫다는 건 사실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러나 그런 준비들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가 아닌, 부모의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니까. 94p


때로는 부모가 타인보다 못한 관계로 아이들을 폭력으로 대하고 학대하는 뉴스를 접한다.
부모라고 할 수 없는 이들로부터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를 낳은 부모가 아님에도 누구보다 사랑과 희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불행 속에서도 사랑을 키우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분노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

넘치는 사랑 속에서 그 사랑을 세상으로 흘러 내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여기며 오만하고 방자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예측불가하고 다면적이다.

자녀로서 나는 부모님께 어떠한 존재일까?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114p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191p


청소년 소설로 출간된 이 소설은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이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도에 맞춰서 살아가도 있지는 않은지,  사회적 편견으로 차별의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삶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누 301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삶은 결코 외부로 인해 함부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내 삶을 내가 꽉 쥐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