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붙잡은 글귀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히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36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56
📖“미시즈 윌슨이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 안들어?” 펄롱이 아이린을 쳐다보았다. “그랬다면 우리 어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57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단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 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99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120
📖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지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이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121
🖌* ‘맡겨진 소녀’로 클레어 키건을 만난 후 나는 이 짧은 소설의 잔상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담담하다 못해 건조하기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글에서 나는 그 어떤 소설보다 뭉클함과 따뜻함 그리고 희망을 느꼈다.
그녀의 두번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 전 작품처럼 글이 짧지만 내밀했다. 그녀의 작품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혹은 요란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 하나를 던져 파장을 일으켜내듯이 전한다. 사회의 무관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질문을 던진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은 최악의 일이라는 것. 나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최악의 일을 후회로 남긴 적이 있었나? 말로만 돕는 것이 중요하다 내뱉고 행동하지 않은 자들과 나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이 작고도 큰 책은 나와 당신의 삶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격려, 그리고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이루어졌음을 이야기해준다. 알고 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만일 펄롱이었다면 그 소녀의 손을 붙잡고 나올 수 있었을까?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석탄 광에 갇혔던 소녀의 손을 못 본척하는 사람일까 두려웠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그의 아내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일까? 반복되는 질문들 속에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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