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삽질하는 힘을 키우는 중입니다(책리뷰)

스테디 소설 <모순> 양귀자, 쓰다 출판사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by rallalawoman 2024. 11. 18.
반응형
모순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 중에서

1998년 출간되어,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인 소설.
세대를 넘어 시간을 넘어 사랑받는 이야기는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어린 시절 엄마의 책꽂이에 늘 꽂혀있던 이름 ‘양귀자’
그 이름이 신기해서 소리에서 읽어보고 이름이 꽃이름 같다며 잊히지 않았던 그 이름.
‘모순’이라는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제목을 이보다 더 잘 지을 수 없다 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소설의 주인공 안진진. 이름도 시크하고 도도한 그녀는 성격도 시크하고 담담하다. 우선 이 소설은 그녀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라면 사막에 떨어져도, 남극에 떨어져도 살아남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그녀의 남다른 관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며 ‘내게도 이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하며 푹 빠지게 된다.

그녀에게는 생활력 강한 어머니가 있다. 그 어떤 불행에도 좌절하지 않고, 옷소매를 걷으며 ‘내가 아니면 누가 해결하리?’의 마인드를 장착하고
불행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는 단단한 영혼의 소유자.
그리고 그녀와 똑같은 외모의 쌍둥이 이모. 우아하고 감성적인 성격의 경제적인 여유로움까지 갖추고 있어서, 엄마와 외모만 같지 성격도 분위기도 삶도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이모.
이 소설은 쌍둥이 자매가 상반된 성격과 조건의 남성을 선택하면서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두 여성을 삶을 안진진의 목소리로 들여다보게 된다.

안진진은 결혼을 전제로 두 남성을 사이에서 고민한다. 한 사람은 아버지와 같은 사람, 또 한 사람은 이모부와 같은 사람. 두 사람은 마치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의 삶의 궤적이 달라짐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아버지와 이모부 두 남성의 캐릭터와 거울처럼 마주하고 있다.

엄마와 이모의 삶을 통해 안진진은 두 남성과의 미래를 상상하고 고민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아주 재미있게 시청했었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하며 같은 상황 다른 선택에 따른 장면들을 보여주는 <인생극장>이라는 방송이었다.
매주 선택을 해야 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어린 나도 머리를 쥐어짜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괴로움을  깨닫게 만들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인생극장>을 시청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안진진이 “그래 결심했어!”하고 누구를 선택할까를 상상하면서 한숨에 읽어갈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인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삼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서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 p. 22



미래에 내 어머니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또 어떤 난해한 분야의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어머니는 결코 이모가 읽어왔던 그 많은 소설책이나 시집을 선택해
책값을 치르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했다.
이 쌍둥이 자매들은 똑같이 책에 의지하는 성향은 강한 편이었지만,
선택하는 책은 이토록 정반대였던 것이다.
마치 그들의 삶처럼.

<모순> p.187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가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모순> p.295




안진진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녀의 선택이 누구가 되었든 나는 그녀가 야무지고 당차게 인생을 탐구하면서 때로는 방향키를 대범하게 돌려가면서 살아가리라 믿는다.

지금 내 인생이 너무 단조롭다 혹은 권태롭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소설을 건네본다.
분명, 당신 손에 쥐어 있던 방향키를 움직이고 싶어 마음이 꿈틀거릴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