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억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출판사: 열린 책들
'모든 것은 기억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기억>의 책 표지를 관찰해보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떠오른다.
인물 안에서 또 새로운 인물을 계속 나오는 것과 같고, 그 옆에는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날고 있다. <기억 2>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1편이 남성이면, 2편은 돌고래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을 탐독한 사람이라면, 책 표지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르네와 오팔의 모습이라 추측하게 된다.
그리고 나비 한 마리.
나비는 기억을 상징한다고 한다.
르네와 오팔의 기억이 담고 있는 수많은 진실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역사 교사 '르네'는 어느 날, 동료이자 친구인 엘로디와 함께 최면사 '오팔'의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라는 공연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르네는 우연히 오팔의 최면 체험을 하고, 자신의 전생의 기억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날 이후, 르네의 일상을 흔드는 사건들이 생겨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생의 수많은 '나'와 만나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
이 소설은 심층 기억이라는 주인공의 다양한 전생을 박진감 넘치는 속도로 묘사하면서, 흥미로운 역사와 신화가 교차되어,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을 혹은 알지 못했던 것들에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를 해준다.
르네와 오팔을 통해 우리가 삶에 대하는 자세와 잊지 말아야 할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나는 우연히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태어나기 전에 우리 모두는 전생을 살았던 전임자로부터 일종의 유산을 물려받았어요. 어떤 재능을 갖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에 대한 그들의 소망이 바로 그거죠. 그래서 삶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 돕는 하나의 가족이 돼요. <영혼의 가족. 인 거죠. 이 영혼의 가족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서로의 재능을 발견하게 도와주고, 응원해 줘요. 그리고 각자의 삶의 마지막에 가서는 이런 질문에 맞닥뜨리게 돼요.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본문 제3막 이집트 chapter 119
나는 이전의 삶에서 무엇이 간절했기에 지금의 삶을 이루고 있을까?
지금 나는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삶이다.
내 삶에는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 곁에 있다.
이것이 전생의 소망이었다면, 나는 외롭고, 풍전등화 같은 삶을 살았었을까?
지금의 나는 다음 생엔 BTS처럼 살았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다음 생애는 유명한 팝스타가 될 수 있을까?
주인공 르네의 첫 번째 전생인 게브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최대한 누리면 삶은 수월해지죠"
나의 삶 마지막에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누군가 묻게 되면, 나는 무엇을 답해야 할까?
평생 나는 누군지조차 질문하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재능이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삶을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지 못해 수월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내 삶이 전생의 소망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나는 삶을 최대한 누리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이 삶은 다른 누군가에겐 간절히 소망하는 삶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은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서야'
...... 행복 속에 너무 머무르기만 하다 보니 발전의 동력을 상실했어요. 불안감도 두려움도 소명도 없이 살다 보니 의식마저 잠들어 버렸죠. 우리가 이룬 정신의 위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어요. 그네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 존재의 기록을 글로 남기겠다는 생각조차 못 했죠. 아틀란티스 문명의 기억을 활자로 남겨 줄 역사가도 한 명 없는데, 우리가 지혜를 가진 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맞아요.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각자의 시대에서 했던 노력과 시도의 종착점이에요. 이것을 통해 우리가 누구였는지 기억되게 될 거예요. 본문 제3막 이집트 chapter 119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서 내 자신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역사에 '왜?'라는 의문과 호기심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역사의 기록들은 누가 기록하고 어떤 의도로 썼느냐에 따라 진실이 왜곡되기도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개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시대의 큰 역사를 이루는 가장 작은 물줄기의 시작은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삶에서 '왜?'라는 의문이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 질문의 답이 곧 삶의 기억으로 남아 우리의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역사가 왜곡되고 혹은 소멸되지 않도록 질문하고, 탐구하고 답을 찾으며 내 스스로 삶의 기록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책 속의 흥미로웠던 이야기
- 콘세크라티오, 담나티오 메모리아이, 니르바다, 틱타알릭, 레테의 강, 판도라 상자, 아난케, 부르카의 기원, 달리의 그림.
책을 읽으며, 열심히 사전을 찾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의 전생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르네의 전생의 인물들이 어벤져스처럼 사건을 해결할 때, 모험 영화를 보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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